반응형 전체 글146 절 마당에서 먹은 밥 한 그릇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십구일째 되던 날,저는 이름도 모르는 산사의 마당에 앉아 있었습니다.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울지 못했습니다.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요.영정 사진을 고르고,조문객에게 절을 하고,국밥을 나르고,통장을 정리했습니다.그렇게 한 달 반이 지나고 나서야집이 너무 조용하다는 걸 알았습니다.어머니가 늘 틀어 두던 라디오 소리가 없었고,현관 앞에 가지런히 놓인 낡은 슬리퍼가 없었습니다.그날 저는 아무 계획도 없이 버스를 탔고,종점에서 내려 산길을 올랐습니다.절 마당에는 늙은 스님이 혼자 낙엽을 쓸고 계셨습니다.저는 인사도 못 하고돌계단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스님은 제게 이유를 묻지 않으셨습니다.그저 빗자루를 내려놓고조용히 공양간으로 들어가셨습니다.잠시 뒤 스님은 쟁반을 들고 나오셨습니다.김이 오르는.. 2026. 10. 27. 일흔이 넘어 처음으로 배운 글자 - 부처님이 들려주신 늦은 시작의 용기 마을에 일흔이 넘은 노인이 살고 있었다.노인은 평생 남의 밭을 일구고, 짐을 나르고, 품삯을 받아 살아왔다. 젊은 시절에는 하루라도 일을 쉬면 먹고살 길이 막막했기에 다른 것을 배울 겨를이 없었다.노인은 글을 읽지 못했다.누군가 건네는 문서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해야 했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야 할 때면 붓을 쥐는 대신 손가락으로 표시하곤 했다.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칠십 년이었다.어느 날 노인은 마을의 어린아이들이 나무 그늘 아래 모여 글을 배우는 모습을 보았다.아이들은 배운 글자를 따라 쓰며 서로 웃고 있었다.노인은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그날 밤 노인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살아오면서 수없이 자신의 이름을 들었지만, 정작 자기 손으로 한 번도 적어 .. 2026. 10. 26. 부처님이 오늘 밤, 지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이에게.오늘 하루도 많이 힘들었지요.아침에 눈을 뜨는 것부터 무거웠을 테고,사람들 사이에서 괜찮은 척 웃느라마음이 많이 닳았을 겁니다.나는 그 모습을 다 보았습니다.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혼자 삼킨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돌아서서 몰래 숨을 고르던 순간이 몇 번이었는지도요.먼저 이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애쓰셨습니다.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도나는 압니다.당신이 오늘 하루를 버텨 낸 것이얼마나 큰 일이었는지를.사람들은 나를 멀리 있는 분처럼 생각하지만,나도 한때는 당신처럼 밤새 잠 못 이루던 사람이었습니다.내가 궁궐을 나선 날을 아시나요.사랑하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이 잠든 방 앞에서나는 오래도록 서 있었습니다.문을 열면 아이를 안아 보고 싶어질 것 같았고,안아 보면 떠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그래.. 2026. 10. 25. 마지막 순간까지 남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신 분 부처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알고 싶을 때,저는 가르침보다 떠나시던 날의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사람은 평소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가장 힘든 순간에 본모습이 나오니까요.부처님은 몸이 가장 아프던 그 마지막에오히려 가장 다정하셨습니다.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부처님을 키워 주신 분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습니다.마하빠자빠띠.싯다르타 왕자를 낳은 어머니 마야 부인은왕자가 태어나고 이레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그 갓난아기를 안아 키운 사람이바로 이모였던 마하빠자빠띠였습니다.자기 아이를 제쳐 두고언니의 아이에게 젖을 먹이며 밤을 새운 분입니다.세월이 흘러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이름이 널리 알려졌을 때,늙은 어머니는 출가하겠다며 머리를 자르고맨발로 수백 리 길을 걸어왔습니다.발은 부르트고 피가 났고,흙먼지를 뒤집어쓴.. 2026. 10. 25. 그날 구하지 못한 한 사람 때문에 그날 강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네 명이었다.다섯 번째 사람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마을에서 오랫동안 배를 몰던 사내가 있었다. 강의 깊이와 물살의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러던 어느 여름, 갑작스러운 폭우로 강물이 불어났다.사내가 사람들을 태우고 강을 건너던 중 거센 물살이 배를 뒤집어 놓았다.사내는 정신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한 사람을 붙잡아 강가로 밀어 올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사람을 구했다.세 사람을 구하고 나니 온몸에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그때 멀리서 마지막 한 사람이 손을 뻗으며 살려 달라고 외쳤다.사내는 다시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그러나 거센 물살은 그 사람을 순식간에 멀리 데려가 버렸다.사내는 끝내 그 손을 붙잡지 못했다.그날 이후 사내는 배를 몰지 않았다.. 2026. 10. 24. 그 아이는 왜 더 이상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어느 날 한 사내가 부처님을 찾아왔다.사내는 한참을 망설이다 무거운 목소리로 여쭈었다.세존이시여저는 평생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까지 일하며 하루도 편히 쉬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얼마 전 딸아이가 제게 한 말 때문에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부처님께서 물으셨다.아이가 무슨 말을 하였느냐.사내는 고개를 숙였다.어릴 적 딸아이는 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함께 산에 가자고도 하고, 저녁이면 곁에 앉아 달라고도 했습니다.그럴 때마다 저는 일이 끝나면 함께하자고 했습니다.조금만 더 벌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지금 고생하는 것은 모두 너를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그렇게 몇 해가 흘렀습니다.어느 날 오랜만에 일이 일찍 끝나 딸에게 함께 나가자고 했습니다.그런데 아이.. 2026. 10. 23. 부처님이 지친 제자에게 건넨 한마디“너를 빼놓지 말아라” 제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참고 양보해 온 날들이 떠오르자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렀습니다.“스승님, 저는 미움받지 않으려고늘 제 마음을 뒤로 미뤘습니다.제가 조금 손해 보면 모두 편안할 거라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이제는 제 마음이 어디 있는지조차잘 모르겠습니다.”부처님은 다그치지 않고제자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기다리셨습니다.“그동안 참 애썼구나.”그 한마디에 제자는 더 크게 울었습니다.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여겼던 마음을처음으로 누군가 알아봐 준 듯했기 때문입니다.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네가 건넨 다정함은 헛되지 않았다.네가 다툼 대신 온기를 택한 순간마다세상에는 미움이 하나 덜 자랐다.하지만 자비로운 사람이 되려거든너 자신도 자비의 자리에서 빼놓지 말아라.남을 아끼듯 네 마음도 아끼.. 2026. 10. 22. 부처님이 살인자를 제자로 받아들인 이유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던 살인자가 있었습니다앙굴리말라였습니다어느 날 부처님께서 그가 있는 길로 들어서셨습니다사람들은 위험하다며 거듭 만류했습니다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걸음을 이어가셨습니다멀리서 부처님을 본 앙굴리말라는 무기를 들고 뒤쫓았습니다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전력을 다해 달리는 그가 천천히 걷는 부처님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앙굴리말라가 멈추라고 외쳤습니다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나는 멈추었다앙굴리말라여 너도 멈추어라걷고 있는 사람이 멈추었다고 하니앙굴리말라는 그 뜻을 물었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멈춤은살아 있는 존재를 해치는 일을 그만두었다는 뜻이었습니다앙굴리말라는 여전히 그 해침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그는 무기를 내던졌습니다부처님 발아래 엎드려 출가를 청했고부처님.. 2026. 10. 21. 옳은 말보다 먼저 필요한 것 제자가 부처님을 찾아와 여쭈었습니다세존이시여벗과 다투다가 제가 옳다는 것을 밝혔습니다벗도 끝내 자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그날 이후 벗이 저를 찾아오지 않습니다부처님께서 물으셨습니다너는 벗이 잘못을 깨닫기를 바랐느냐아니면 네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를 바랐느냐제자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처음에는 잘못된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하지만 벗이 제 말을 받아들이지 않자끝까지 따져 묻게 되었습니다나중에는 벗의 말은 듣지도 않았습니다제가 옳다는 말만 듣고 싶었습니다부처님께서는 제자의 말을 잠시 되짚으셨습니다그렇다면 벗이 잘못을 인정한 뒤에도네 마음에 남은 말이 있겠구나제자가 고개를 들었습니다마지막에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그러니 네 곁에 사람이 남지 않는 것이라고요벗은 더 대답하지 .. 2026. 10. 20. 이전 1 2 3 4 ··· 17 다음 반응형